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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네덜란드의 어느 안개 낀 들판에 무리 지어 피어 있는 헤더 꽃. ‘흩어짐’의 지은이는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섬의 앤’처럼 자신이 즐겨 읽었던 소설들에 나온 이 꽃을 이사 간 독일에서 발견하고 반가워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생태계, 서식지 혹은 생물종을 위협하는 외래종의 도입을 가능한 한 막아야 하고, 해당 종을 통제하거나 박멸해야 한다.”
유엔 생물 다양성 협약의 한 조항이다. 자생종은 선량하고 외래 침입종은 나쁘다는 판단이 바탕에 깔려 있다. 자생종을 보호하고 침입종을 물리치는 일은 생태적 관점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바다신2 다운로드 취급된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기만 할까.
캐나다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는 환경역사학자 제시카 제이(J.) 리가 쓴 ‘흩어짐’은 이런 선입견에 정면으로 맞선다. 그는 특히 식물의 이동과 확산에 초점을 맞추어, 외래종을 향한 편견과 적대감을 내려놓자고 제안한다. 웨일스 출신 아버지와 타이완 출신 어머니를 둔 캐나다 태생으로 영국에서 학위를 릴게임오션파라다이스 받았으며 런던과 베를린 등을 오가며 살고 있는 그의 이력은 외래종 식물을 향한 이런 애정과 옹호를 다른 맥락에서 헤아리게 한다. 가령 이런 문장을 보라.
“서로 다른 두 환경이 맞닿는 가장자리에서 자라나는 식물은 기민해질 것을 요구받는다.”
물과 땅의 경계에서 자라는 갈대를 관찰하며 쓴 이 문장에서 지은이 자신의 가족사와 신천지릴게임 개인적 경험을 떠올리기란 어려운 노릇이 아니다. “3대에 걸쳐 이주자로 살아”온 가족, 그리고 “쉬지 않고 옮겨 다”닌 지은이 자신의 이력은 그 역시 갈대만큼이나 기민한 감각과 행동 습관을 키워야 했을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식물의 핵심은 뿌리에 있고 뿌리의 속성은 한 곳에 깊고 튼튼하게 터를 잡는 것일 테다. 뿌리내리기다. 그런 점에서 바다신게임 식물과 움직임은 얼핏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는 식물 역시 나름의 방식으로 움직이고 행동하며 주변 동료들 및 환경과 의사소통을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흩어짐’에서 지은이가 주목하는 것은 이보다 더 큰 움직임, 바다를 건너고 산맥을 넘는 큰 규모의 ‘이주’다. 바람에 날려 흩어지는 민들레 씨에서 보듯 식물이 어느 정도 거리를 스스 사이다쿨접속방법 로 움직이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주’라 이를 법한 큰 규모의 움직임에는 인간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식물은 대개 우리의 승인 없이는 그렇게 멀리 이동하지 못한다.”
가령 미국 농무부는 19세기 말에 ‘외국 종자 및 식물 도입과’를 만들고 식물학자 데이비드 페어차일드 등으로 하여금 전 세계를 돌며 새로운 씨앗과 식물을 수집해 미국으로 들여오도록 했다. 1935년 그가 은퇴할 때까지 페어차일드를 비롯한 농업 탐험가들이 미국 농무부 수집 목록에 보탠 식물은 무려 8만건에 이르렀다. 페어차일드 자신이 도입에 기여한 식물 목록에는 망고, 호두, 올리브, 레몬, 대추야자, 피스타치오, 아몬드, 복숭아, 감, 대나무, 대추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렇듯 인간의 행위와 선택에 의해 삶터가 옮겨졌음에도 이주 식물들은 배척과 공격의 운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책에는 유럽물수세미, 애기범부채, 큰멧돼지풀, 미역, 히스별이끼 등 외래종 및 침입종으로 규정되어 수난을 겪는 식물들이 여럿 등장한다. 그렇지만 번식력이 너무 왕성해서 “영국에서 가장 위험한 식물”로 불리기도 한 큰멧돼지풀은 다른 대부분의 외래종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관상용으로 서유럽에 들어왔”다. 역시 침입종인 나사말은 케임브리지의 캠강 강둑을 보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주하는 과일” 망고는 인도, 미얀마, 말레이반도에서 인간의 이주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으며 “재배되는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소중히 여겨지고 숭배의 대상이” 된다.
요컨대 특정 식물이 그 자체로 ‘순수’하거나 ‘오염’된 존재인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인간이 자의적으로 그어 놓은 국경선을 식물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자생종과 외래 침입종을 나누고, 자생종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침입종을 ‘박멸’하려는 태도는 자칫 인간 사회의 차별과 혐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를 생태적 관점에서 정당화하는 에코 파시즘은 그런 위험을 잘 보여준다.
책은 외래종 식물을 둘러싼 역사와 현실에 지은이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버무려 친근하게 읽힌다. 책의 마지막 장 ‘연자주색의 유의어들’은 막 태어난 자신의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택해 식물과 인간, 개인과 사회, 절망과 희망이 얽힌 현실에 관한 감성적 통찰을 보여준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라는 사회정치적 사건, 그리고 치솟는 집값에 셋집에서 쫓겨나야 하는 개인적 경험은 지은이로 하여금 “적대적인 환경 속에서 아름다움이 어디에 있는지” 음울하게 곱씹게 한다. 그러나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 ‘섬의 앤’(‘빨강머리 앤’ 시리즈의 제3권)처럼 자신이 즐겨 읽었던 소설에 나왔던 연자주색 헤더 꽃을 새로 이사 간 독일에서 만나는 결말은 고립과 적대 속에서도 끝내 놓을 수 없는 희망을 상징한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흩어짐 l 제시카 J. 리 지음, 서제인 옮김, 에트르, 2만1500원
독일 북부 빌제더 산 근처 뤼네부르크 히스 헤더 꽃 군락지의 황혼 녘 풍경. 게티이미지뱅크
“생태계, 서식지 혹은 생물종을 위협하는 외래종의 도입을 가능한 한 막아야 하고, 해당 종을 통제하거나 박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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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흩어짐 l 제시카 J. 리 지음, 서제인 옮김, 에트르, 2만1500원
독일 북부 빌제더 산 근처 뤼네부르크 히스 헤더 꽃 군락지의 황혼 녘 풍경.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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