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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형보윤린
댓글 0건 조회 92회 작성일 25-09-2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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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로 알려져 있으나 천 화백이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고 주장한 작품. 한국일보 자료사진


세계는 극단의 균열 위에 서 있다. 흑과 백으로 분열된 언어는 서로를 밀어내며, 다른 목소리를 배제한다. 논쟁은 치열하지만 사유는 빈곤해진다. 이런 시대일수록 예술가의 눈이 필요하다. 과거 에는 예언자나 사상가, 정치 지도자가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예술가의 창의와 텔레마케터 상상력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예술은 언제나 경계 위에 서서 진실과 허위,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연다.
천경자의 <미인도>가 바로 그 문턱에 선 예술품이다. 최근 대법원 판결은 작품의 진위를 법이 단정할 수 없음을 다시금 확인했는데도, 세인들은 여전히 엉뚱한 관심에 매달린다. “진짜냐, 가짜냐”라는 질문에 매 새마을금고 구조조정 달린다. 그러나 그 긴 세월의 논쟁과 공방 속에서 소중한 것이 가려졌다. 작가의 목소리와 화폭이 담고 있는 예술 세계였다.
천경자의 그림은 전통 채색화의 틀을 넘어 '현대성의, 새로운 채색화'의 길을 제시했다. 농밀한 색채와 강렬한 인물은 여성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세계 여행에서 얻은 이국적 감각의 이미지는 당시로서는 상 주택도시기금 상할 수 없는 독창적인 미의 세계를 경험하게 했다. 그녀의 채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세계와의 조우를 표상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진위”라는 좁은 틀에 갇혀, 그의 예술 세계가 품고 있는 다채로운 미학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예술 작품의 진위 논쟁은 단순히 위조 여부를 판별하는 것을 넘어선다. 사회가 스스로를 디딤돌전세대출 바라보는 방식, 권위와 제도가 작동하는 방식을 드러낸다. 한국 미술사의 굵직한 위작 논란들은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작품은 과연 누구의 눈으로, 어떤 권위에 의해 ‘진짜’로 호명되는가. 그리고 그 진위의 언어는 작품이 던지는 감각과 울림을 대체할 수 있는가.
<미인도> 논란에서 우리가 배운 것은 무엇인가. 예술의 가치는 법정의 청약저축 증거물이나 시장의 가격표에 있지 않다. 그것은 한 시대의 공기와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며, 우리를 또 다른 세계로 이끄는 통로다. 천경자의 작품은 여전히 그 문턱에서 우리에게 묻는다. 진위의 공방을 넘어, 예술이 열어놓은 자유와 사유의 세계로 걸어 들어올 준비가 되었는지.



김노암 미술 평론가·아트스페이스휴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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