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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해야 가증스러운 최소한의 방주가 차려 보이는지.임현주·다니엘 튜더 부부. 본인 제공어느 날 엄마가 말했다.
“지난번 인터뷰 기사를 읽어봤는데, 다니엘이 한 말이 참 좋더라. 평생 연인처럼 살아가고 싶다는 말.” 가정의 달 특집으로 첫째 아이와 함께한 인터뷰 기사였다. 다니엘이 늘 나에게 하던 다짐이었지만 엄마를 통해 들으니 새삼 그 의미가 마음에 다시 와닿았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연인의 마음을 유지하는 것, 사실 나는 결혼 전에 그게 가능할 거라 믿지 않았다. 몇 년 이상 관계를 유지하다 보면 두 사람 사이 설렘이나 긴장감이 사라지는 게 피하기 힘든 수순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연애만 해도 별말 없이 밥만 먹는 사이가 되곤 하는데 매일 얼굴을 맞대고 사소한 서민전세자금대출신청방법 일상을 공유하는 결혼은 얼마나 더 무미건조해질까. 그런데 다니엘과 결혼을 결심하면서는 무언가 다를 수 있을 거란 강렬한 직감이 들었다. 부디 나의 착각이 아니길 바라며 다짐했다. 지금 이 마음이, 우리의 관계가 변하지 않게 노력할 거라고, 사랑은 노력이라고. 바쁜 일상 속에 어느 날 돌아보면 온기 잃은 밥공기처럼 뜨뜻미지근해진 관계를 후회했던 과거의 경험 개인파산면책신청 을 잊지 말자고.
부부라는 관계성은 특히 아이가 태어나면서 큰 변곡점을 맞게 된다. 다니엘과 결혼하기 전 함께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닌 적이 있었다. 그때는 조금이라도 일찍 일어나 세수를 하고 산뜻한 얼굴로 아침 인사를 나누었지만 육아를 시작한 뒤엔 서로를 말끔한 모습으로 맞이할 여유부터 실종되었다. 헐렁한 티셔츠처럼 아이가 게워내면 쉽게 대학등록금 갈아입을 수 있는 편한 옷에만 손이 갔고, 온종일 부스스한 모습으로 보내는 날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이런 모습이 분명 우리에게 가랑비 젖듯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시각의 동물이기도 하지 않은가. 나에 대해 한 톨만큼이나마 있었던 신비감(이라는 표현은 좀 웃기긴 하지만)마저 사라지겠구나.
다니엘은 나의 이런 우려에 대해 이해하 1년 정기예금 고 있었다. 2000년대 초반 한국의 한 금융회사에 잠시 재직했을 때 자신의 남자 상사들이 아내를 ‘우리 아이 엄마’로만 생각하거나, 우스갯소리로 ‘부부끼리 그러는 것 아니다’ 하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는 것에 무척 놀랐었다고 했다.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상당히 바뀌었지만 여전히 한국은 ‘부부간 스킨십을 하지 않는 나라’ 상위권에 속한다. 그러고 보면 내가 2000만원 대출 결혼을 경험하기 전부터 이미 부부가 된 이후에도 연인처럼 살아가는 일을 체념하고 있었던 데는 그런 사례들을 익숙하게 봐왔기 때문 아니었을까. 우리 부모 세대가 자녀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대부분 육아 동지로서 혹은 의리나 정으로 사는 모습들이었다. 반면 다니엘의 경험치는 달랐다. 그가 아는 영국의 많은 부부는 여전히 로맨스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의 이모와 이모부가, 다니엘 친구의 부모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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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중심으로 바뀌기 쉬운 일상 속에 ‘하지 않을 것’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었다. 우선 우리는 모두가 한 침대에서 자지 않기로 했다. 한국에선 아이가 어릴 때 한방에서 부모와 아이가 다 같이 자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키우며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분리 수면’인데, 신생아 시절에는 새벽에 두세 번 수유를 해야 하니 가까이에 두고 자고, 이후 아이가 뒤집기를 시작하면 따로 재우기 겁이 나서 또 옆에서 재우게 된다. 그러다 보면 아이가 커나가면서는 먼저 부모 품을 찾는다. 사실 아이와 함께 자는 게 엄마로서도 꽤 행복한 일이다. 아기 냄새 폴폴 나는 뒤통수를 바라보고 말랑말랑한 볼을 만지다 보면 불면증도 사라진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러한 수면 습관이 일상이 되지 않도록 하려 한다. 부부의 공간을 지키는 건 꽤 많은 의미를 가지니까.
아침에 일어나 첫인사로 아이 이야기부터 꺼내지 않는 것도 있다. 이 점에 대해 의식하지 못할 때 나는 일어나서 다니엘을 보자마자 “어제 새벽에 아이가 얼마나 먹었어?”라고 수유에 대해 곧장 묻거나 “오늘 우리 이거 해야 하고 저거 해야 하고…” 하며 할 일부터 말하곤 했다. 그런 나에게 다니엘은 눈을 맞추며 “쥬쥬, 굿모닝”이라고 말해서 환기를 시켰다. 우리 아침 인사부터 나누면 어떻겠냐고. 아차, 싶었다. 어쩔 수 없이 머릿속에 아이에 관해 할 이야기가 가득하더라도 잠시 미루고 우리 이야기부터 나눈다. 매일 보더라도 서로의 컨디션과 기분을 살피는 것, 사소하지만 중요한 의식이었다.
다니엘은 육아에 몰입하려는 나의 뇌를 종종 흔들어 깨운다. 종종 꿈이나 여러 아이디어나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면 다니엘은 빛나는 눈으로 반가워하며 귀를 기울인다. 말끔한 겉모습을 유지하는 일은 오히려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 시간에 서로에게 관심을 두고 살피는 일, 부부의 공간을 지키는 것, 육아와 무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일들이 서로를 육아 동지로서만 매몰되지 않도록, 나아가 내가 아이 엄마의 정체성에만 너무 깊게 뿌리내리지 않도록 하는 데 분명한 효과가 있다.
임현주·다니엘 튜더 부부. 본인 제공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한자리에 마주하고 앉아 같이 밥을 먹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된다. 나 역시도 효율적인 육아를 위해 한 명이라도 뜨끈한 밥을 먼저 먹는 게 낫겠다 싶어 “다니엘 먼저 먹어”라고 말하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다니엘은 별말 하지 않고 나를 기다렸다. 왜 안 먹었느냐고 물으면 ‘같이 먹고 싶어서’라고 말하는 그였다. 내가 식사 때를 놓쳐서 주방에 앉아 혼자 무언가를 먹고 있을 때도, 그는 같이 먹지 않더라도 맞은편에 앉아 말한다. “그냥 같이 시간 보내려고.”
부부간 애정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결국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 같지만, 부부간 관계가 멀어져서 아이에게 ‘올인’을 하거나 반대로 아이에게 올인을 하다 보니 부부 사이가 육아 파트너로만 정착되어버리는 게 아닌가 싶다. 어느 때보다 아이 한 명에게 집중 육아하는 시대. 부모의 행복과 기대치를 자신이 보상해주거나 충족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선물일지. 나는 내가, 우리 세대가 잘 경험하지 못했던 부부의 로맨스를 우리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보고 느끼며 자라면 좋겠다.
결혼 전에 가졌던 관계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이제 사라졌다. 파트너가 연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고 나 또한 그에 스며들어 완전한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는 분명 서로에게 든든한 육아 동반자다. 하지만 그 전에 서로를 사랑해서 함께 살기로 다짐한 연인이라는 걸 잊지 않기로 한다. 아무리 바빠도 눈을 맞추고 대화하기, 서로의 안부부터 챙기기, 둘 사이를 아이 이야기만으로 채우지 않기. 서로에게 궁금한 사람이기…. 결국 원하는 모양으로 관계를 지키는 힘은 이런 작은 선택들이 매일 쌓여 만들어지는 것일 테다.
임현주의 한영 육아 번역기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임현주 아나운서. 영국인 작가이자 남편인 다니엘 튜더,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모국어부터 말의 습관, 육아 철학, 심지어 책을 정리하는 방식까지 두 사람이 쓰는 삶의 언어는 서로 다르지만, 아이라는 낯선 존재와 한 지붕에서 살아가며 점차 서로가 서로의 말을 ‘트이게' 하는데요. 다른 언어로 사랑과 이해를 넓히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에서 만나보세요!
▶영국인 남편은 나와 달리 아이에게 화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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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위한 것’이라는 자기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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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시댁이 생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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