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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시인의 동시집 ‘못된 말 장례식’(문학동네 펴냄)에는 ‘말 꼬치’라는 시가 나온다. 부제 ‘어떤 말들은 빼 먹을 필요가 있다’가 달린 이 시는 꼬치에 엮인 ‘사과의 단어’들이 하나씩 사라질 때 말의 무게도 함께 달라진단 걸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면 ‘–미안해–실수였어–너도 그런 적 있지–이해해 줘–우린 친구잖아–’란 긴 줄에서 끝에서부터 단어 하나씩이 빠진다. ‘–미안해–실수였어–너도 그런 적 있지–이해해 근로자학자금대출 줘–’가 됐다가, 결국 끝에 가면 ‘–미안해–’만이 남는다. 아이들은 변명들이 덜어져 가는 이 말 꼬치를 통해 어떤 말은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걸 눈으로도 마음으로도 깨닫게 된다.
할머니가 언젠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게 될까 걱정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동시도 있다. ‘영자씨(일흔일곱 살 우리 할머니)는 모든 게 흐릿해지고 있다고 새희망홀씨 햇살론 한다’라는 시다. ‘흐릿하지만, 비빔밥에서 내가 싫어하는 고사리를 골라내 주는’ 영자씨, ‘흐릿하지만, 나훈아 노래 홍시 가사를 틀리지 않는다’는 영자씨, ‘흐릿하지만 아끼는 마가렛 화분에 빨간 망울이 맺히면 함박웃음 지으며 “내일은 꽃이 필 거야!”’ 말하는 영자씨. 공감과 위로는 동시의 미덕이다.
표제작 ‘말의 장례식’에선 ‘못된 말 개인사채 ’이 쓰러져 죽자, 눈·코·가슴·입·귀·머리·손·발이 ‘죽은 말’에 대해 한마디씩 거드는 독특한 상상이 등장한다. 말이 죽고 난 뒤에는 말보험 공지가 나오는데 “계약 내용에 따라 말 열 마디만 할 수 있으며 어떤 말을 할지는 자유”임을 알려준다. 우리가 하루에 딱 열 마디만 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아이들은 오늘 서로에게 꼭 해야 할 말이 무 주식회사 엇일지 고민할 테다. 새삼 내가 내뱉는 말이 낯설어진다.
시인은 아이들에게 불쑥 말을 건다. “안녕? 내가 지은 말의 집에 온 걸 환영해.” 그러면서 “말들이 펼쳐 나가는 놀라움에 이끌려 때로는 무너지고, 때로는 날아오르자”고 말한다. 박세은 화가의 경쾌한 색색깔 그림은 아이들의 상상력에 따뜻함을 더한다.
손고운 기자 s 정상금리 ongon11@hani.co.kr
못된 말 장례식 l 김성은 시, 박세은 그림, 문학동네, 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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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고운 기자 s 정상금리 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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